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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초서(鈔書)의 방법

NOMAN 2014. 9. 9. 18:17

초서(鈔書)의 방법



초서(鈔書)의 방법은 먼저 내 학문이 주장하는 바가 있은 뒤에 저울질이 마음에 있어야만 취하고 버림이 어렵지가 않다. 학문의 요령은 전에 이미 말했는데, 네가 필시 잊은 게로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초서(鈔書)의 효과를 의심하여 이런 질문을 한단 말이냐?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두 아들에게 답함[答二兒]〉9-4 

鈔書之法, 吾之學問, 先有所主然後, 權衡在心, 而取捨不難也. 學問之要, 前旣言之, 汝必忘之矣. 不然何疑於鈔書, 而有此問耶? 凡得一書, 惟吾學問中有補者採掇之, 不然者竝勿留眼. 雖百卷書, 不過旬日之工耳.


초서(鈔書)란 책을 읽다가 그때그때 요긴한 대목을 베껴 카드 작업을 해가면서 읽는 독서법이다. 다산은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초서 방식의 독서를 요구했다. 초서의 범례를 정해주고, 방법에 따라 카드 작업을 하도록 시켰다. 작업이 끝나면 깨끗하게 정서하게 해서 검사를 받았다. 부족하면 보완을 요구하고, 잘 되었으면 맨 앞에 자신이 직접 서문을 지어 한 권의 편집서로 엮었다. 

다산의 대부분 저술은 이 같은 초서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저 읽지 말고 밑줄 쳐가며 읽어라. 하나하나 베껴 써 가며 읽어라. 무작정 베껴 쓰면 안 된다. 방향과 목적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같은 책도 어떤 정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카드 작업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렇게 해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장악했다. 그리고 나서 효율적으로 편집했다. 이 방법을 쓰면 백 권의 책도 열흘에 충분히 독파할 수가 있다. 그저 읽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라. 갈래를 나누고 체계를 세워서 정보를 계통화 하라.